시댁에서 키우던 살구가 며칠동안
밥도 안먹고 토를 한다고 해서 우리집으로 왔다
나이가 15세 좀 안되어 많긴 하지만 더 오래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몸이 많이 뻣뻣해져 있었고 체온도 낮았다. 너무 마음아파 한껏 울고..
약병에 물을 조금 줘보기도 하고 약도 줘봤지만 먹은것보다 더 많이 토하고 힘들어해서 더 이상 주진 않고 물접시만 옆에 놔주었다.
따뜻하게 수건을 이불삼아 하루 지나니 방에 눕혀놨는데 토한 자국이 여기저기 있고 거실로 기어나가 젤 시원한곳에 얼굴을 데고 누워있었다.
여전히 물 한방울 못 먹고 초록토에서 갈색토로 바뀌고.. 몸은 더 굳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더 낮아져갔고 얼굴은 더 굳어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배의 움직임으로 아직 살아있구나 느낄 수 있을 뿐 ..
어제만해도 쓰다듬고 말을 걸면 꼬리라도 팔딱여 주었는데 이젠 그러지도 않았다...
첫째는 살구가 죽어가는게 슬퍼 계속 쓰다듬고 사랑한다 용기내어 말해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는 살구 자는거냐고 언제까지 자느냐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살구가 며칠간 안했던 소변을 많이 보았다..그 순간 아, 이제 진짜 마지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살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목나무처럼 딱딱해져서 ..
신랑이 고양이를 묻어주고
아침에 일어난 둘째는 살구가 없어진걸보며
왜 죽었냐고 너무나 서럽게 울어 참 마음이 아프다.
우리집에 있는 보리와 치즈가 그리고 하니가 언젠간 떠날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목이 멘다..
곁에 있는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행복하자.